이전 시리즈에 비해 저항군이 너무 후지다던지(...아직 초창기지만), 기계들은 고작 그 T-0와 헌터킬러 초기모델 몇대로 잘도 인간을 정복했다든지, 사라코너 연대기에 나오는 카일이 형아는 어디갔는지 안보인든지하는 궁금한 점이 생기긴 합니다만, 특히 막판의 -거의 이번 작품의 유일한 존재가치가 아닐까도 싶은- CG액터로 등장하시는 '그 타입'을 보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물론 너무 데면데면하게 그려진 탓인지 감정이입 안되는 걸 넘어서 '존 코너는 아놀드가 자신을 죽일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차없이 공격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도....("이 FXcking 할 기계자식아!")
그런데 사실 이 영화의 그 구닥다리 선형시간관에 따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과거로 카일이를 보내야 하는 것처럼(근데 말입니다.. 옐친이가 아무리 커도 마이클 빈처럼 될 것 같진..) 마찬가지로 주지사도 최소한 두 마리는 노획해서 과거로 보내야하는 것도 사실이겠군요. 그런 점에서 우리 존이는 참 난감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처럼 주지사타입을 딱 대면하더라도 순리대로라면 얘가 앞으로 나의 유사아버지(...)가 될 것인지 아닌지 모르니 함부로 파괴하지도 못하고 망설여야 할 것이고, 그리고 심지어는 필시 그 손에 죽을 줄 알면서도 우리 쎅시 터미네이터양과 상대할 아놀드를 저항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아마 후편도 이런 것을 그릴텐데, 잘만 연출한다면 꽤 그럴듯한 고뇌를 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그런데 본작의 CG주지사를 봐도, 등장장면의 임팩트는 꽤 대단하지만 역시나 아직 조금 어색함이 남아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쉽다 싶을 정도로 잠깐 등장하고 곧바로 기계골격으로 활약하는 걸 보면, 앞으로 이 아놀드타입의 모델이 이야기에 등장하게 되더라도 CG액터로 활약하는데 한계가 있는게 아닐까는 생각도 들더군요. 지금 얼굴이 축처지신 캘리포니아 재정파괴범을(..) 실물로 등장시키기는 역시 어렵겠고, 아무래도 가장 무난한 것은 적당히 기계골격을 등장시키고 과거로 출장보내기 전에나 잠깐 눈요기용으로 아놀드스킨(..)을 씌운다거나 하는 것일텝니다만. 사실 그렇게 되면 실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걸 역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3편과 이 4편(4편 맞나?)이 이전 시리즈의 영광에 비추어 한없이 초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야기 구조의 매력 말고도 놀랄만한 기술적 혁신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도 있지 않았습니까. 관객이 놀라서 입을 못다물 정도로 체감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무엇을 이미 잃어버린 시대의 문제였는데, 이런 점에서 정말 가슴근육이 빤딱거리는(...) 젊은 아놀드를 이질감 없이 영화 내내 등장시킬 수 있다면, 그 정도 과제라면 관객이 열광적으로 반응할 만한 기술적 혁신을 이끌어낼 여지가 아직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이 동맥경화에 걸려서 어지간한 처방으로는 꿈쩍도 않는 시리즈를 다시 일으키려면 그 정도 도전은 해 볼 가치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 그리고 그거슬 해낼 수 있는 거슨 말론 브란도도 부활시킬 쑤 잇는 우리 기술력의 영구아트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