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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 사실 말이지, 케네스 브래너의 경력은 토르 이전까지도 꽤 일관성 있게(급전직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긴 하지만) 하강곡선을 그리던 중이 아니었습니까. 토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씁슬한 맛은 아마 그것 때문일 거예요. 짙게 풍겨나오는 셰익스피어 궁정물을 흉내내려고 애쓰는 흔적 말입니다. 이건 감독의 조바심이 자신의 경력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복기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지나친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 아들과 왕의 마주선 얼굴을 번갈아 비추며 팽팽하게 끈을 당기는 화면만 따지자면 이전의 켄네스 브레너의 셰익스피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정말 세익스피어적 서사인가요? 북구의 신들이 황송스럽게도 자기 입을 친히 여시면서까지 토르는 자만으로 파멸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토르는 자만이나 숙명적인 무언가 때문에 파멸한 게 아니예요. 그냥 아스갈드 시민권을 잃고 신 라이센스도 박탈돼서 평범한 동네 건달이 되었다는 뒤늦은 자각(아마 불안함이 아닐지)과, 그런 처지에서 만난 참한 처자에게 마음이 빼앗겨 가지게 된 동정심 같은 감정도, 칭찬할 만하긴 하지만 갑부의 고아원 봉사활동처럼 숭고한 것이라고는 느끼기 힘들죠. 이 영화에서 토르가 오만함을 한껏 휘두른 대상이었던 얼음거인들의 운명에 누가 관심을 가지기나 했습니까? 아, 토르가 신나게 망치를 휘둘러 작살내던 까만 몬스터 새끼들? 그러고보니 걔네는 남의 세계 궁중암투에 휘말려 막 죽어나가도 나중에 얼굴 한번 안 비치던데...에이 몰라.
노쇠한 아버지를 보면서 혈기왕성한 왕자가 품게되는 비극같은 것도 없습니다. 결국은 그냥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의 수동적 운명을 너무나 넙죽넙죽 잘 받아들이는 결말이 있을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이건 개인이 도도한 운명과 부딛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가 펼쳐졌던 세트장을 빌려쓰는 트렌디 드라마죠. 잘나가던 귀공자가 파산해서 미천한 서민들을 불쌍히여기는 마음을 갖추게 된다는 식의.....

- 엇...그...그렇다면 슈퍼히어로로서는 합격일지도? 슈퍼히어로란 놈들이 대체로 제 혈기방장한 초능력으로 무력한 존재들을 굽어살피시는 너무나도 잘나신 분들이란 걸 생각하면 말이죠. 그래서 호쾌하게 묠니르를 휘두르고 천둥을 부르는 천둥신의 영웅담으로서는 그럭저럭 시원한 맛도 있습니다. 전투씬 별로 아까지도 않고 말이지요. 대신에 요즘 마블제 영화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종보스전이 그냥 멋없고 시시한 개싸움 툭탁거리다 끝나는 건 아쉽네요(헐크는 헐크 스매쉬이-라도 써주던데)

- 슬슬 어벤져스가 다가와서인지(엔딩롤 마지막도 이제 본격적으로 "어벤저스에서 또 봐요!"라는 초등학생 센스가 작열하기 시작...) 크로스오버가 단계를 올려가는 느낌입니다. 괜히 한번 등장하는 호크아이라던가도..ㅋㅋ(블랙 위도우랑 짝을 맞추겠다 그거지..?). 근데 말이죠,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아님 여건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이제는 [어벤져스]의 계획이 예전처럼 무지막지하게 경이적이지도, 신비하지도 않고 그냥 나와도 그럴 법하다고 덤덤하게 느껴져요. 사실 마크 러팔로가 에드워드 노튼에게 스타성은 둘째치고서라도, 어차피 새 얼굴로 바뀐 것이니 작품의 장벽을 돌파해 다른 작품의 세계로 침투하는 크로스오버의 신비함 같은건 느껴질 일이 없고. 또 헴즈워스는 워낙 얼굴이 신예다보니 그냥 등장인물처럼 느껴지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같이 나오는 것도 뭐 지금와서는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블이 참 기획은 단계적으로 잘 짠게 아닌가는 생각도 듭니다. 관객이 익숙해지도록 조련도 하면서 말이지요.

- 구색 맞추려고 웬 이상한 사무라이배우 앉혀놨군..... 참 이 영화에 아사노 타다노부 나온다더니 언제 나와?(......)

- 엔딩쿠키야 역시 있지만, 의외로 미국대장 관련이 아니었다능! 그럼 [어벤져스]의 빌런은 로키가 되는...?
by 근엄자 | 2011/05/05 14:25 | cinema paradiso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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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11/05/08 23:16

제목 : MARVEL MOVIES : 토르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용감하고 정의롭지만 성질 급하고 제멋대로인 왕자가 부왕의 분노를 사 이방인들의 땅으로 쫓겨난다. 형 못지 않게 부왕의 자리를 노리던 둘째 왕자는 그 틈을 타서 왕위에 오르기 위한 공작을 척척 실행한다. 추방당한 왕자는 이방인들과 함께 지내며 겸손과 인내와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동생이 파견한 자객에 맞서 싸우던 왕자는 이방인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영웅의 자격을 증명한다. ...그리고 ......more

Commented by RNarsis at 2011/05/05 14:30
아, 아니 미국대장 예고편을 보면 그걸 미국대장이 레드스컬에게 뺐은거라능(...)

나치들은 성배와 룽기누스의 창을 찾아 해맸던게 아니라, 오딘의 힘을 찾아서 오컬트 조사단 만들었던 거라능(...)
Commented by 근엄자 at 2011/05/11 14:24
요즘 예고편을 못챙겼더니 그....그런! 미국대장은 뭔가 밑밥이 많이 깔리는군요.
Commented by 바람의별 at 2011/05/05 16:01
아따 표적물 쳐다 보다가 정들겠다니까요 헤헷 ^-'b
Commented by 근엄자 at 2011/05/11 14:25
실은 사막에서 이라크 저항군과 저격총을 들고 대치했던 기억이...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5/08 23:16
아사노타다노부 지못미 x 100
Commented by 근엄자 at 2011/05/11 14:25
아 그러니까 아사노 타다노부는 언제 나오는지 궁금합니...(음?)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11/05/11 18:24
제 시력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라면(3D라서 좀 휘황찬란하기도 했지만)
각본을 맡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 선생이 치유계 아니면 막나가는 스토리 둘중 하나를 아메코미 각본시절 쓰시는데 이번에는 치유계로 나가다보니깐
토르는 물론이고 오딘에 로키까지 전부 너무 얌전해서 뭔가 좀 많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언맨을 기준으로 마블 무비 입문하신 분들께는 적극 비추천하고 싶더라는...

(저까지 관객 총 7명이었는데 나머지는 죄다 커플에 하나같이 끝날때까지 키득거리고 있는지라 맥 사들고 와서 먹으며 진지하게 본 저만 바보된 기분이...)



p.s 초반20분을 놓쳤는데 대규모 전투를 놓친거군요. 끄르르르...

p.s2 스탭롤 도중에 꺼서 결국 못봤습니다orz
Commented by 근엄자 at 2011/05/17 16:28
음 그래도 근육이 멋졌어요 그건 좋(....).
-아니 근데 요즘도 그런 극장이 있습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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