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고블린 시약가스를 맞은 침팬지가 말포이군의 학정에 시달리다 킹콩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고 혁명지도자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인 호쾌하고 굵으면서도 섬세하고 빽빽한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의 혁명이란 미국식 입맛에 맞는 말초적이고 온건한 느낌이긴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것 치고는 합리적이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구요. 참, 말포이는 마법학교 퇴학당하고(안 당했어!) 알바 뛰더니 여기서도 지팡이(..) 들고 깝깝하다가 카운터 폭풍맞는다능.
인간을 배신한 반역자 혹은 프로메테우스, 제임스 프랑코의 캐릭터에 대한 불만도 가끔 접하게 됩니다만, 사실 과학갖고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다 초래한 일은 개인적 과오, 아니 과욕일지는 몰라도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종류의 사건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저의 스파르타쿠스 변란은, 억압받고 학대받는 피지배자의 위치에서 그 스스로 마땅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영화는 잊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시발점이랄까 추진력이 인간이 사욕을 갖고 개발한 치매 치료제라는 점은 여전히 인간중심적인 시각의 문제점이긴 하지만, 그 결과인 억업의 자각까지 부조리한 것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여름 끝물 블록버스터에서 하등생물의 반란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거부감과 공포심을 이끌어내겠다는 것보다는 좀 더 등장생물(..)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판의 막판까지도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남아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모피와 동물실험을 자제하는 우월종의 아량과 관대함을 바라기보다는 인간과 동등한 존재를 가정하고 인간, 그러니까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의 시각을 벗어나 그 자체를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철학에 대한 기대가, 70년대부터 지겹게 나온 시리즈에 한 작품 또 추가되었음에도 또 한 편의 속편을 기대하고 그것이 꽤나 본격적인 혁명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미리부터 설레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이죠.
- 우주선 발사와 실종기사, 시저가 맞추는 자유의 여신상 퍼즐, "빛나는 눈", "그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해!", 물호스 고문, 기마대 등등 이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는 꽤 많다능.
- 다음작은 혹시 위대한 혁명지도자 시저 동지의 사후 우상화(...)와 애꾸는 스탈린의 등장같은 암울한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닐지(더러운 트로츠키 반동주의자 오랑우탄도 제거하고!).
- 앤디 서키스의 이름은 일부러라도 한 번 쯤 꺼내줘야 함. 아카데미에 디지털 캐릭터를 올리자는 과격한 주장까진 아니더라도, 시저, 그리고 골룸과 킹콩 등등은 찬탄할 가치가 있어요.